많은 이들이 매년 꾸준히 호보니치 테쵸 수첩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종이’에 있습니다. 호보니치 테쵸는 성경책 종이처럼 얇고 매끄러운 표면과 만년필과 같은 잉크 필기구를 사용했을 때 거의 번짐이 없는 토모에 리버 내지를 사용해 왔는데요. 2021년 토모에 리버 종이를 생산해 오던 제지사가 생산을 중단하게 되면서 2024년 호보니치 테쵸부터 ‘토모에 리버 S’라는 새로운 종이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 볼게요.
호보니치 테쵸 수첩에 사용되었던 ‘토모에 리버Tomoe River’ 종이는 얇지만 비침이 적고, 필기감이 우수해 많은 찬사를 받아왔던 종이입니다. 특히 만년필 사용에 최적화된 종이로 만년필 애호가들이 선호하면서 높은 명성을 얻게 되었죠. 하지만 아쉽게도 토모에 리버 종이를 생산해 오던 제지사 토모에가와Tomoegawa 사가 2021년 토모에 리버 종이의 생산을 중단하게 되면서 그 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소식을 전해 들은 호보니치 테쵸는 2023년 생산하는 수첩까지 토모에 리버 종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재고를 확보함과 동시에 바로 토모에 리버를 대체할 수 있는 종이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기존 토모에 리버 Tomoe River
다양한 후보군의 제지사를 거쳐, 2022년 최종적으로 산젠 제지사Sanzen Paper Manufacturing 사와 손을 잡고 새로운 종이인 ‘토모에 리버 S’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1948년 설립된 산젠은 기존 토모에 리버 종이처럼 얇은 종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우수한 제지사입니다. 다른 기계와 공정으로 동일한 종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젠은 호보니치 테쵸와 함께 기존 토모에 리버의 얇기와 내구성을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산젠 제지사 Sanzen Paper Manufacturing
토모에 리버 S 제작 과정에서 나온 샘플지
기존 토모에 리버와 같은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종이를 만드는 데보다 4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합니다. 얇을수록 건조시간이 오래 걸리며, 쉽게 구겨지기 때문에 품질관리를 통과하지 못한 용지가 대부분이고, 종이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절단 및 포장이 어려워지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기 때문인데요. 산젠사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술과 여러 차례의 샘플링과 기술 연구를 통해 기존 토모에 리버 종이의 내구성을 유지하면서 결과적으로 몇 가지 사항을 더 개선한 ‘토모에 리버 S’를 탄생시켰습니다. 물론 각자마다 선호하는 종이의 질감과 필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전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양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테스트에서 대체로 번짐이 더 적고 쓰기 편하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토모에 리버’와 ‘토모에 리버 S’
‘토모에 리버 S’의 종이 두께는 기존 토모에 리버와 동일한 52g/㎡으로 거의 그대로 유지됩니다. 종이의 무게는 조금 더 가벼워져 평균적으로 수첩의 무게는 기존 대비 약 5% 정도로 가벼워집니다. 표면의 경우 질감이 조금 더 감도는 편이지만 여전히 매끄러우며, 이는 개인이 느끼기에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세요.
토모에 리버 S가 아닌 기존 토모에 리버 종이가 사용되는 수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를 제외한 모든 수첩에는 토모에 리버 S가 사용됩니다.
-Hobonichi Plain Notebook (All designs)
-Hobonichi Techo 2024 Weeks
필기감 비교
제트스트림 0.5mm(블랙) , 제트스트림 0.5mm(레드), 만년필(블루블랙 잉크),
프릭슨 0.5mm, 수성 마커, 하이라이터 순으로 기존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차이가 없습니다.
비침의 정도
토모에 리버 S는 기존 토모에 리버 종이보다 조금 더 비침의 정도를 개선했습니다.
잉크 건조 속도
수성 마커로 필기 후 5초 후에 종이 표면을 문지른 모습을 비교했습니다. 토모에 리버 S 종이에서 잉크가 더 빠르게 건조되며 번짐의 정도가 적은 편입니다.
토모에 리버처럼 사랑받았던 종이가 없었기에 그 이름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다 여긴 산젠은 ‘토모에 리버’라는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되 산젠과 Super를 동시에 의미하는 ‘S’를 붙여 지금의 토모에 리버 S라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이름의 명맥을 이어감과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해나갈 준비를 마친 것이죠. 이름에 담긴 의미를 들어보니 새로운 종이에 대한 기대감과 믿음이 한 켠에 자리하는 것 같습니다. 토모에 리버 종이가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만큼 새로운 시작을 여는 토모에 리버 S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아나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