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View

Media / DAZED : 매우 사사로운 관점




Scrap the Point of View

매우 사사로운 관점

사사롭기로 어디 책상보다 더한 곳이 있을까.



성수동 오르에르Orer 2층에 POINT OF VIEW(POV)라는 문구점이 생겼다. 이곳에 가면 일단 멈춰 선다. 그리고 난생처음 만나는 문구들을 만져보고 써보느라 시간이 훌쩍 흐른다. 한편에 있는 책상에 앉아 시필지 위 사르트르의 말을 따라 적었다.  “최선의 방법은 그날그날 일어날 일들을 적어두는 것이다. 뚜렷하게 관찰하기 위하여 일기를 적을 것.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도, 그 뉘앙스며 사소한 사실들을 놓치지 말 것.” POV의 김재원 디렉터는 카페 자그마치Zagmachi, 오르에르Orer, 편집숍 WDH 등 지난 몇 년간 성수동의 색깔을 여러 공간에 담아냈고, 철물점 개념의 인벤 타리오Inventario도 준비 중이다. 

 

 


 

 


POV의 로고인 사과는 문구점 곳곳에 오브제로도 놓여 있죠? 사과가 중요한 모티브였나요? 

사과보다 먼저 ‘Point of View’라는 키워드가 있었어요. ‘관점’이라는 키워드를 중 심으로 공부하던 중 세잔의 사과 그림을 발견했죠. 세잔은 사과 그림을 통해 기존 원근법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는 다른 방식을 보여준 아티스트예요. 더불어 이 브의 사과, 중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자유를 안겨준 빌헬름 텔의 사과 등 평범한 사과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의 상징으로 존재하더라고요. 사과를 새로운 관점의 표현이자 다양한 상상이 가능한 이야깃거리로 봤어요. 


가게 안에 놓인 시필지는 문구점에서 어떤 의미이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기획 과정에서 시필지와 서식지에 관한 아이디에이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특히 ‘사르트르의 일기’ 서식지는 저뿐만 아니라 큐레이터도 가장 애정하는 작업물 중 하나에요. 삶의 무의미한 지점을 다시 짚어 예민한 감각으로 일상을 관찰하려는 소설 <구토> 속 주인공 같은 짧은 글쓰기 체험을 제안하고자 했어요.



점점 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다고 느껴요. 그런데 POV의 문구를 일상에서 직접 사용해보니 전에 안하던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POV의 문구중 일상에서 가장 잘 사용하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제니스Zenith 스테이플러요. 여타 스테이플러처럼 종이를 철하는 기능은 같지만, 사용할 때의 행위, 심의 크기와 심이 박힌 모양새가 기존 것과 달리 단단하고 야무 진 느낌이에요. 이 스테이플러를 사용하기 전 중요한 문서에는 스테이플러 사용을 자제해왔는데, 이 제품을 사용하고부터는 문서를 야무지게 마무리하는 의식 같은 느낌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문구를 바잉할 때 POV만의 기준이나 관점이 있나요?

사실 셀렉 기준은 문구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한데요, POV는 문 구를 지식 혹은 이야기를 가공하는 도구로 이해하고 접근했어요. 넓은 의미에서 필 기구와 기록의 발전은 문화적 산물이기도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는 우리가 어떤 작 업을 할 때 고집하는 특정 펜이나 좋아하는 노트가 기록하는 이야기에 영향을 미친 다고 봤어요. 그래서 POV에서는 흥미로운 창작 경험이나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 는 감도 높은 프리미엄 문구를 선별해요.


브랜드 스토리가 문구 옆에 설명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여러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도 있나요?

POV에는 이야기를 알기 전후에 확연히 달라지는 문구가 있어요. 그중 하나는 연필 한 자루마다 한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블랙윙’이에요. 블랙윙은 1924년 에버하드 파버Eberhard Faber에서 처음 제작한 이후 수많은 창작자와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전설의 연필로 불려요. 이 연필은 판매가 잠시 중단되었다가 최근 팔로미노사에서 다시 판매하고 있는데요, 필기감이 뛰어날 뿐 아니라 연필마다 특정 인물이나 문화 적 소재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연필이라는 작은 질량에 비해 이야기의 밀도는 굉장히 높아서그 이야기를 알고 난 후에는쥘때마다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는 문구죠.


독립 서점이 많이 생겨난 것처럼 이런 어여쁜 문구점도 더 많아질까요?

과거에는 동네마다 크고 작은 서점이 있었지만,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으로 인해 대부분 문을 닫았어요. 대신 큐레이션이나 카테고리에 집중한 소규모 서점이 많이 생겨났죠. 이는 서점을 찾는 고객의 세분화된 니즈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책 을 파는 곳은 많지만 모든 책이 있지는 않더라도 선택을 돕고 재미있는 제안을 해주 는 서점을 찾는 것처럼 문구점도 더욱 세분화된 형태의 매장이 늘어날 거라고 기대 합니다.





DAZED KOREA

2019.01월호

p193-p195

www.dazedkorea.com

Text Bo Ram Kim • Photography Tae Hwa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