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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4) '나의 것’이라는 우아한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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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표
'나의 것' 이라는 우아한 징표


 bois gravé signé au crayon 1958 ALLEMAGNE Merseburger

 

 


책의 시대가 끝났다고 한다. 그렇지만 책의 시대가 시작된 시절이 있었다. 근대 이전만 해도 책은 필경사와 채식사가 많은 시간을 들여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작업하는 예술품이었다. 때문에 고가의 구입비를 감당할 수 있는 귀족이나 교회만 책을 소장했던 것이다. 책은 너무 비싸고 귀했다. 이렇게 귀중한 재산인 책의 분실에 대비해 책에 소유 표시를 해 둘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어떤 방법들이 있었을까? 초기에는 '나의 책'이라는 표시를 직접 손으로 쓰기도 했다. 때로는 가문이나 교회를 식별할 수 있는 문장(紋章) 그리고 그림을 곁들인 경구(警句)로 시작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이 책은 바로 '나의 것', 그 우아한 징표로서 말이다. 



 

 
Vintage Images / Librairie des Arts et Métiers



15세기에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 활판이 발전한 이후에는 책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다. 장서표의 수요도 더욱 많아졌다. 이후 책을 가까이할 수 있게된 사람들은 ‘EX LIBRIS(장서표)’라는 문구가 담긴 작은 종이 조각을 더욱 많이 책에 붙였다. 목판, 동판, 석판으로 인쇄하고 소유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가 담겼다. 저명한 화가들이 그림을 직접 그렸고, 때로는 도서관의 이미지가, 자연풍경이, 때로는 화려한 곡선의 아르누보 스타일이, 19세기 말에는 누드들이 새로운 유행이되기도 한다. 


   

ⓒ POINT OF VIEW - Touch & Flow EX LIBRIS


 

낡은 장서표는 다양한 시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박제되어 있다. 장서표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작은 미술관 속 오래된 작품들을 감상하는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도안의 아름다움이 인정되며 유럽 전역에서 미술품 경매로 사람들의 수집 욕망을 자극한다. '나의 것'이라는 작은 징표들이 책 그 자체를 넘어서 하나의 작품이 된 것이다.


내 것이라는 작은 표시. 지금은 얼마든지 귀한 재산 목록에 해당하는 고가의 스마트폰에 내가 고른 폰 케이스를,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이미지로 바탕화면을 바꿀 수 있지만, '장서표'만이 더 진실된 표식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 맛일까, 시간의 풍미일까, 아니면 낯선 시대에 대한 로망일까. 그 아우라는 탐이난다. 책장 속 가장 오래된 책에 내 이름을 적고, 그 장서표를 가장 오랫동안 풍화시켜 보고 싶다.



*재해석된 빈티지 장서표를 포인트오브뷰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TOUCH & FLOW / EX LIBRIS

(http://pointofview.kr/product/ex-libris/82/category/24/displa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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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표 / '나의 것'이라는 우아한 징표

By Ecriture, Contextual Curator 윤여울